출근길 혼란! 전장연 지하철 시위, 장애인 이동권은?

정지한 지하철이 있는 비어있는 지하철 승강장

⚠️ 중요 고지사항

• 이 글은 법률 자문이 아니며, 법적 문제는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멈춰 선 지하철, 삶의 발걸음을 묻다: 전장연 시위와 이동권의 교차로

지하철 승강장 안전선 옆에 놓인 빈 휠체어와 지하철 선로
지하철 승강장 안전선 옆에 놓인 빈 휠체어와 지하철 선로

쌀쌀한 공기가 채 가시지 않은 지난 3월의 어느 아침,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은 유난히 무거운 침묵과 긴장감에 휩싸였습니다. 평소 같으면 출근을 서두르는 시민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했을 그곳에, 휠체어를 탄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외침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스크린도어 너머, 출발하지 못하는 열차 안에서는 초조함과 답답함이 교차하는 시민들의 시선이 그들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시작하는 일상적인 출근길이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의 기본권을 위한 간절한 외침의 현장이었습니다. 바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 현장의 한 단면입니다.

지하철역에서 마주치는 그들의 시위는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닐 정도로 오랜 시간 이어져 왔습니다. 2001년 오이도역에서 발생한 장애인 리프트 추락 참사를 계기로 촉발된 장애인 이동권 투쟁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특히 2021년 12월부터는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 형태로 본격화되어, 많은 시민에게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직접적으로 체감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출근길 불편’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와 맞물리며 사회적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불편함 너머에 존재하는 장애인 이동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까요?

삶의 기본권, 이동권은 무엇인가요?

이동권은 단순히 '어디든 갈 수 있는 권리'를 넘어섭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중 하나로, 교육권, 노동권, 건강권 등 다른 권리를 누리기 위한 전제 조건입니다. 학교에 가고, 일터로 향하고, 병원을 방문하고, 문화생활을 즐기는 이 모든 행위는 이동이 가능해야만 비로소 실현될 수 있습니다. 비장애인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지만, 장애인에게는 여전히 많은 물리적, 사회적 장벽이 존재합니다.

  • 서울시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월 기준으로 서울 지하철 275개역 중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역은 아직 13개 역이 존재합니다. 지상으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역은 더욱 많습니다.
  • 또한, 저상버스 도입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2022년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전국 시내버스 중 저상버스 도입률은 약 32.5%에 불과합니다. 내가 타고 싶은 시간에, 원하는 노선의 버스를 타기란 여전히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이러한 수치들은 장애인들이 여전히 일상생활에서 이동의 제약을 크게 받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들에게 이동권은 특정 집단의 특혜가 아닌, 모든 시민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권리입니다.

서로 다른 시선, 교차하는 불편함

전장연 시위가 불러온 가장 큰 논쟁은 바로 '출근길 불편'입니다. 지하철 운행 지연으로 인해 직장인들은 지각하고, 학생들은 등교에 어려움을 겪으며, 중요한 약속을 놓치기도 합니다. 2023년 1월부터 서울시가 지하철 지연 관련 증명서를 발급하기 시작한 것만 보더라도, 시민들의 불편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삶의 기본권을 외치고, 다른 한쪽에서는 생존을 위한 일상을 지키려 합니다. 이 충돌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를 던져줍니다.

분명 시위로 인한 불편은 현실입니다. 하지만 그 불편의 근원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모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고, 모든 버스가 저상버스여서 장애인들이 이동에 전혀 제약을 받지 않는다면, 그들은 굳이 가장 혼잡한 시간에 지하철을 멈춰 세우는 시위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전장연 시위는 어쩌면 우리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하는 거울일지도 모릅니다.

현장의 목소리: "이동권은 목숨과 같다"

지난달 혜화역에서 만난 휠체어 이용자 김성호 씨(50대, 지체장애)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저도 시민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매번 시위에 나올 때마다 무거운 마음을 안고 옵니다"라고 운을 뗀 그는 말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저 같은 장애인에게 이동권은 단순히 편리함의 문제가 아닙니다. 병원에 가야 할 때, 약을 사러 갈 때, 생계를 위해 일터에 나갈 때조차 이동의 제약을 받는다면, 저희는 사회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동권은 저희의 목숨과 같습니다."

출근길 시위로 불편을 겪었던 직장인 박지영 씨(30대)는 "처음에는 솔직히 화가 많이 났습니다. 중요한 회의에 지각해서 너무 난감했거든요"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나중에 기사를 찾아보고 장애인분들이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잠깐의 불편이지만, 그분들에게는 매일의 삶이라는 걸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물론 방식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겠지만, 그들의 외침 자체는 외면해서는 안 될 것 같아요"라며 복잡한 심경을 털어놓았습니다.

장애인 인권 전문가 이민정 박사(한국복지연구원)는 "전장연 시위는 우리 사회가 장애인 이동권 문제에 대한 관심을 넘어, 구체적인 해결 의지를 보여줄 때까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단순히 시위를 멈추라고 하기보다는, 그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경청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함께 모색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예산 확보와 제도 개선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함께 만들어가는 '모두의 이동권'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는 우리에게 포용적인 사회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모두가 불편 없이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은 비단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유모차를 미는 부모님, 무거운 짐을 든 어르신, 일시적으로 다리를 다친 사람 등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모든 시민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은 결국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입니다.

이제는 갈등과 대립을 넘어,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예산 증액과 정책 이행을 약속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대중교통의 완전한 무장애 환경 구축,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확충, 그리고 이동 지원 서비스의 고도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동시에 시민사회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소외되는 이웃 없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성숙한 대화와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출근길의 짧은 불편이 우리 사회 전체의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전장연 시위는 모두가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며,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사회를 향한 첫걸음일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장애인들이 시위 대신 웃으며 원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날이 오기를, 우리 모두의 따뜻한 관심과 노력이 모여 그날을 앞당기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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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 2025-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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