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베네수엘라 '통치 아닌' 강력 정책 개입!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햇빛 속 낡고 조밀한 주거 지역 전경

먼 길을 돌아온 일상, 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는 사람들: 미국의 베네수엘라 '비통치' 정책 개입, 그 그림자 속으로

카라카스의 낡은 거리 풍경, 낡은 차와 훼손된 벽이 있는 빈 골목
카라카스의 낡은 거리 풍경, 낡은 차와 훼손된 벽이 있는 빈 골목

이른 아침,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허름한 골목에서 마리아 로페즈(42) 씨는 잿더미가 된 플라스틱 쓰레기 봉투를 뒤적이고 있었습니다. "한때 우리는 기름 부자 나라였어요. 지금은 하루 세 끼를 걱정하며 살아요." 그녀의 메마른 손은 몇 해 전만 해도 아이들을 위한 간식거리를 사던 돈을 벌던 손이었지만, 이제는 폐지를 줍거나 남이 버린 물건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마리아 씨의 이야기는 비단 그녀만의 것이 아닙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심화된 베네수엘라의 경제 위기, 그리고 이 위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미국의 '비통치(not governing)' 정책 개입은 수많은 베네수엘라 국민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왜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통치'가 아닌 '강력 개입'을 택했을까요?

베네수엘라는 한때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던 남미의 부국이었습니다. 하지만 故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사회주의 개혁과 이후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장기 집권은 경제 파탄, 인권 탄압, 민주주의 후퇴라는 암울한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미국은 이러한 베네수엘라의 상황을 단순히 내정 문제로 보지 않았습니다. 베네수엘라 정권을 '불법적이고 비민주적인 통치'로 규정하며 강력한 정책 개입을 시작했습니다. 2019년 1월, 미국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재선을 인정하지 않고,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지지하며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혼란을 국제 무대의 중심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압박을 넘어, 베네수엘라의 통치권을 부정하고 새로운 정치 질서를 요구하는 전례 없는 움직임으로 비쳤습니다.

인도적 지원의 가면 뒤, 숨겨진 경제 제재의 날카로운 칼날

미국의 베네수엘라 정책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전개되었습니다. 첫째는 마두로 정권을 겨냥한 강력한 경제 제재입니다. 2017년부터 미국 재무부는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PDVSA)와 고위 관리들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습니다. 특히 2019년 1월에는 PDVSA에 대한 전면적인 제재를 가해, 베네수엘라의 핵심 수입원인 석유 수출길을 막았습니다. 미국은 이 조치가 마두로 정권의 돈줄을 말려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압박을 가하는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국제 구호단체들은 이 제재가 평범한 베네수엘라 국민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합니다. 의약품, 식량 등 필수품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어린아이들이 영양실조로 쓰러지고, 병원에서는 기본적인 치료조차 불가능해지는 비극이 속출했습니다.

둘째는 인도적 지원을 앞세운 국제적 압박입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겪는 고통을 강조하며 국경을 통해 대규모 인도적 지원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마두로 정권은 이를 주권 침해로 간주하며 국경을 봉쇄했고, 이 과정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통치 주체가 국민의 삶을 제대로 책임지지 못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던지며 국제 사회에 베네수엘라 정권의 정통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엇갈리는 국제사회의 시선: 압박인가, 개입인가

미국의 강력한 대(對)베네수엘라 정책은 국제사회에서도 엇갈린 평가를 받았습니다. 유럽연합(EU) 등 일부 국가들은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거나 마두로 정권을 비판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개입을 주권 침해로 규정하며 마두로 정권을 지지했습니다.

국제 관계 전문가인 김민준 교수(한국외국어대학교)는 지난 2023년 11월 한 세미나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정책은 전통적인 외교의 영역을 넘어선 '강력한 개입'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이는 한 국가의 내부 통치 역량에 대한 외부 강대국의 직접적인 판단이 국제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정권 교체 압박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민의 고통을 심화시키고 반미 감정을 부추기는 부작용도 낳았습니다."

벼랑 끝에서 다시 일어서는 삶의 의지,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

현재 베네수엘라는 여전히 깊은 혼돈 속에 있습니다. 700만 명이 넘는 국민이 고국을 떠나 남미 전역과 미국으로 난민 생활을 하고 있으며, 이는 시리아 내전 다음으로 큰 규모의 난민 사태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의 싹은 움트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 정부와 야권 간의 대화 진전, 그리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진행을 전제로 일부 석유 제재를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이는 압박 일변도의 정책에서 벗어나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새로운 시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마리아 로페즈 씨는 오늘도 폐지를 주우며 아이들을 위한 한 끼를 준비합니다. 그녀의 눈빛에는 고단함이 서려 있지만, 동시에 "언젠가는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배고픔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이 읽힙니다. 베네수엘라 사태는 단순히 강대국의 정책 결정 문제를 넘어, 그 정책이 수많은 개인의 삶에 어떤 형태로 깊은 상처를 남기고 또 어떤 희망을 싹 틔울 수 있는지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앞으로 국제사회가 베네수엘라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고, 지속 가능한 평화와 민주주의를 향한 길을 함께 찾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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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 2026-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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