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잃는다는 것, 그리고 다시 찾는다는 것: 타카이치 사나에發 부부별성, 일본 사회를 흔들다
따스한 햇살이 내려앉는 도쿄의 한 스튜디오에서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약하는 사토 미나미 씨(가명, 32)는 얼마 전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행복한 신혼 생활의 기쁨도 잠시, 그녀의 마음 한편에는 묘한 상실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10년간 쌓아온 ‘사토 미나미’라는 이름의 브랜드 가치를, 이제는 남편의 성을 따라 ‘다나카 미나미’로 바꿔야 할 법적 의무 때문입니다. 그녀는 깊은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이름을 잃는다는 것은, 마치 내 존재의 절반이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사토 씨의 이야기는 비단 그녀만의 고민이 아닙니다. 일본 사회에서는 부부가 결혼하면 반드시 같은 성을 사용해야 하는 법이 존재하며, 실제로 배우자의 성을 따르는 비율은 여성 쪽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이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관습이자 법적 의무였지만, 개인의 정체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되었습니다. 특히 최근 타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조회장(당시)이 이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선택적 부부별성' 논의는 다시금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결혼과 함께 사라지는 이름들: 왜 선택적 부부별성인가
현재 일본 민법 제750조는 '부부는 혼인 시 남편 또는 아내의 성을 따르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적으로는 96% 이상의 여성이 남편의 성을 따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국제사회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현상으로 꼽힙니다. 수많은 여성이 결혼과 동시에 익숙했던 자신의 이름을 포기하고, 새로운 성으로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선택적 부부별성은 개인의 헌법상 권리인 '행복추구권'과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중요한 대안으로 떠오릅니다. 개인의 오랜 경력과 사회생활 속에서 형성된 '이름'이라는 정체성을 결혼이라는 이유로 강제적으로 바꾸도록 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특히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직업 전문성이 중요해지는 시대에, 결혼으로 인한 성 변경은 행정적 불편함을 넘어, 개인의 커리어 연속성과 사회적 존재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변화의 바람, 그리고 전통과의 마찰
선택적 부부별성 도입을 둘러싼 논의는 단순히 이름 변경의 문제를 넘어, 일본 사회의 가족관과 전통 가치에 대한 깊은 질문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찬성 측은 개인의 존엄과 시대 변화에 발맞춰 가족의 형태도 다양하게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한편, 반대 측은 '부부가 하나의 성을 갖는 것은 가족의 일체감을 상징하며, 이를 허용하면 가족 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합니다.
이러한 주장은 보수적인 정치인들 사이에서 특히 강하게 나타나곤 합니다. 실제로 과거에는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를 강조하며 선택적 부부별성 도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경직된 시각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입니다. 타카이치 사나에 전 정조회장이 이 문제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보수 진영 내에서도 '이제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해석됩니다. 2021년 3월 일본 내각부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선택적 부부별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40대 이하에서 70%에 육박하는 등, 특히 젊은 세대의 변화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목소리들: 현장의 이야기와 전문가의 시선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 문제와 씨름하고 있습니다.
- 결혼 5년 차의 주부, 야마모토 씨(35)는 “결혼 후 남편의 성을 따랐지만, 친정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제가 ‘남의 집 사람’이 된 듯한 이질감을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제가 결혼해서 행복하더라도 제 뿌리가 사라지는 느낌은 어쩔 수 없더군요.”라며 씁쓸하게 말했습니다.
- 반면, 전통적인 가족관을 지지하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성은 가족의 단결과 연속성을 상징하는 중요한 가치입니다. 부부별성이 허용되면 아이들의 성에도 혼란이 올 수 있고, 이는 가족의 유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며 현행 제도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 도쿄대 사회학과 미야자키 준 교수는 “가족의 형태는 시대와 함께 진화해왔습니다. 법적 형식 이전에 가족 구성원 간의 끈끈한 유대가 중요하며, 성의 선택권은 오히려 각자의 개성을 존중함으로써 가족의 다양하고 건강한 형태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국제적 흐름을 보아도, 대부분의 선진국은 이미 선택적 부부별성을 채택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하며, 일본 사회가 포용해야 할 변화의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미래를 향한 발걸음: 공존과 존중의 시대로
선택적 부부별성 논의는 단순히 한 개인의 이름 선택권을 넘어, 일본 사회가 다양성과 포용성을 얼마나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입니다. 비록 이 문제가 보수와 진보, 세대 간의 첨예한 대립을 낳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일 것입니다.
물론 법 개정까지는 많은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삶과 정체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나아가야 한다는 큰 흐름은 거스를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미래의 일본에서는 사토 미나미 씨와 같은 이들이 더 이상 이름 때문에 고민하지 않고, 자신이 가장 편안하게 여기는 이름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우리 사회가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며 더욱 풍요롭고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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