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밑 흙먼지 속에서 피어난 희망: 죠세이탄광 조선인 희생자, 시민의 손으로 찾다
2023년 10월의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던 어느 날,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의 죠세이탄광 부지에는 묵묵히 흙을 파헤치는 이들의 열기가 가득했습니다. 고요했던 땅 위로 삽질 소리가 울려 퍼지고, 흙먼지가 피어오를 때마다 이들의 눈빛은 더욱 간절해졌습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된 수많은 조선인들이 뜨거운 햇볕 아래, 또는 바다 밑 해저 갱도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리다 스러져간 비극의 현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날, 침묵 속에 잠겨 있던 그들의 이야기가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시민단체 '강제동원 희생자 죠세이탄광 발굴단'이 이곳에서 조선인 희생자 유해 발굴 작업의 첫 삽을 떴기 때문입니다.
침묵의 역사를 깨우는 용기: 죠세이탄광 발굴, 왜 지금인가
죠세이탄광은 해저탄광으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1913년부터 1945년까지 32년간 가동되었으며, 특히 태평양전쟁 말기에는 인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많은 조선인들이 강제 동원되어 가혹한 노동을 강요당했습니다. 일본 외무성 자료에 따르면, 1944년 한 해에만 약 5천 명의 조선인이 죠세이탄광에서 일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하루 12시간 이상 작업하며 낙반 사고, 질병 등으로 수없이 희생되었지만, 그 흔적은 오랫동안 어둠 속에 갇혀 있었습니다.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은 수십 년간 고통의 증언을 이어왔지만, 공식적인 진상 규명과 발굴은 요원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시민단체가 주도적으로 발굴에 나선 것은, 국가 간의 복잡한 정치적 문제를 넘어선 인간적인 연대와 희생자들을 향한 존경의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죠세이탄광 발굴은 단순히 뼈 조각을 찾는 것을 넘어, 역사 속에서 잊혀진 이들의 존재를 다시 불러내고, 그들의 삶과 죽음을 기억하려는 간절한 노력인 것입니다.
흙 속에 묻힌 진실을 향한 여정: 시민 발굴단의 뜨거운 땀방울
바다 밑 갱도, 그리고 지상의 비극
죠세이탄광은 뭍에서 바다 아래로 뻗어 나가는 해저 갱도 구조를 가졌습니다. 최대 700미터 깊이까지 내려갔던 이곳에서 조선인들은 좁고 습하며 가스 폭발의 위험이 상존하는 환경에서 석탄을 캤습니다. 당시 일본 기업 '오노다'가 운영했던 이 탄광은 안전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작업량을 강요했습니다. 실제로 1944년에만 200명 이상의 조선인 노동자가 사망했다는 기록이 전해지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사망자들은 대개 이름 없는 묘지에 묻히거나, 심지어는 아무런 기록도 없이 버려지기도 했습니다.
오랜 침묵을 깨고: 시민 발굴단의 결단
이번 발굴은 한국과 일본의 시민사회가 오랜 시간 협력해온 결과물입니다. '강제동원 희생자 죠세이탄광 발굴단'은 일본의 '조선인 강제동원 진상조사 단체 연락회'와 한국의 '시민모임 독립'이 함께 꾸린 단체입니다. 이들은 수년간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생존자 증언을 청취하며 발굴 준비에 매진했습니다. 발굴단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조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직접 나섰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들의 용기 있는 결정은 잊혀진 역사를 외면하지 않으려는 양심 있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흙 속에 묻힌 진실: 발굴 과정의 어려움과 의미
실제 발굴 작업은 쉽지 않습니다. 죠세이탄광 부지는 현재 공원 부지로 활용되거나 잡목림으로 변해 있어, 정확한 매장 위치를 파악하는 것부터 난관입니다. 발굴단은 과거 기록과 지형 정보를 토대로 매장지로 추정되는 곳을 집중적으로 탐사하고 있습니다. 1차 발굴에서는 인골로 추정되는 유해와 함께 탄광에서 사용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유물들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흙 한 줌, 돌멩이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살피는 발굴팀의 모습은 마치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이의 정성과도 같습니다. 발굴된 유해는 DNA 분석 등을 통해 신원 확인을 시도할 예정입니다. 단 한 명의 희생자라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들의 노력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를 가질 것입니다.
기억을 찾는 사람들: 유족들의 간절한 염원
이번 발굴 소식에 가장 큰 기대를 거는 이들은 단연 유족들입니다. 아버지를, 할아버지를 죠세이탄광에 잃은 후손들은 평생을 가슴에 응어리진 한을 품고 살아왔습니다. 한 유족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80년이 넘었지만, 단 한 번도 편히 눈을 감지 못하셨을 것"이라며, "이제라도 아버지의 유해를 찾아 따뜻한 곳에 모셔드리고 싶습니다"라고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유족들에게 이번 발굴은 단순히 과거의 일을 캐내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묵혀두었던 슬픔을 치유하고,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가족이 더 이상 ‘이름 없는 주검’으로 남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현장의 목소리: "우리가 아니면 누가 이 일을 하겠습니까?"
발굴 현장에서 만난 '강제동원 희생자 죠세이탄광 발굴단'의 한 관계자는 흙으로 뒤덮인 손으로 마스크 위로 땀을 훔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부 차원의 교류가 얼어붙어도, 우리는 인간의 도리를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인 시민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해 함께 흙을 파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과거사 논쟁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문제입니다."
이번 발굴에 협력하는 일본 시민단체의 대표는 "일본의 식민 지배로 고통받은 분들의 아픔을 우리 역시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역사의 진실을 마주하고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것은 우리 세대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굳은 의지를 보였습니다. 이들의 목소리에는 이념이나 국경을 넘어선,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깊은 공감과 책임감이 느껴졌습니다.
역사가 잊지 않을 용기: 미래를 향한 희망의 메시지
죠세이탄광에서의 발굴 작업은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앞으로 유해 발굴, 신원 확인, 유족과의 연결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하지만 죠세이탄광의 흙먼지 속에서 피어난 시민들의 작은 불씨는, 어두웠던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치유하는 거대한 빛으로 번져나갈 것입니다. 이번 발굴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우리는 과거의 아픔을 얼마나 따뜻한 시선으로 마주하고 있는가? 그리고 미래 세대에게 어떤 역사를 전해줄 것인가?
한 삽 한 삽 흙을 걷어내는 그들의 모습은, 역사를 기억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줍니다. 죠세이탄광 발굴은 단순히 희생자들의 유해를 찾는 것을 넘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의 평화를 건설하려는 우리 모두의 노력임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작은 손길들이 모여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희망찬 변화가 이 땅에 가득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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