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국빈 바둑판, 차가운 나무에 깃든 뜨거운 장인정신
2014년 7월,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한국을 찾았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특별한 선물이 건네졌습니다. 푸른 기와지붕 아래 고즈넉한 한옥에서 마주 앉아 덕담을 나누던 그 순간, 단아한 자태를 뽐내는 바둑판 한 점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단순히 바둑을 두는 도구를 넘어, 수십 년의 시간과 인간의 땀방울이 응축된 그 작품은 국빈 방문의 의미를 더욱 깊게 만들었습니다. 그 바둑판을 제작한 이들이 바로 '작품건설(作品建設)'이라는 이름을 가진 장인들이었음을 당시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시 청와대가 시 주석에게 선물한 바둑판은 단순한 공산품이 아니었습니다. 수령 500년 이상 된 귀한 비자나무로 만들어졌으며, 바둑판의 굵직한 결 하나하나에 장인의 섬세한 손길과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배어 있었습니다. 국빈 선물 목록에 오른 이 바둑판은 한·중 양국의 우호 관계를 넘어, 우리 전통 공예의 깊은 품격과 장인정신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차가운 나무 위에 새겨진 따뜻한 장인의 이야기가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사라져가는 가치를 지켜낸 '작품건설'의 고집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전통의 가치와 장인정신은 종종 효율성과 속도에 밀려 소외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작품건설'이라는 이름 자체가 말해주듯, 이들은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하나의 '작품을 건설한다'는 철학으로 장인의 길을 묵묵히 걸어왔습니다. 바둑판 하나를 만들기 위해 수십 년에 걸쳐 재료를 찾고, 자연의 시간을 존중하며 건조 과정을 거치며,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비로소 완성해내는 그들의 과정은 우리에게 잊혀가던 '기다림의 미학'을 다시 일깨워줍니다.
실제로 시진핑 주석에게 선물된 바둑판은 나무 자체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별도의 가공을 최소화하고, 오랜 시간 자연 건조를 거쳐 뒤틀림 없이 완벽한 평면을 유지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최고급 비자나무 바둑판은 보통 10년 이상 자연 건조를 거쳐야 하는데, 이들은 "나무의 생명력을 존중해야 비로소 완벽한 작품이 된다"고 믿었습니다. 이러한 고집스러운 원칙이 바로 '작품건설'이 추구하는 장인정신의 핵심입니다.
나무 한 조각에 담긴 시간과 혼
바둑판을 만드는 과정은 상상 이상으로 지난한 시간과 정성을 요구합니다. 재료 선정부터가 시작입니다. 바둑판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것은 바로 비자나무 바둑판입니다. 비자나무는 질기고 단단하여 뒤틀림이 적고, 은은한 향과 아름다운 나뭇결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귀한 만큼 구하기도 어렵고, 제대로 된 바둑판감으로 쓰려면 수백 년 된 거목을 찾아야 합니다.
나무를 구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최소 10년, 길게는 20년 이상 자연 건조를 거쳐 나무 내부의 수분을 충분히 빼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뒤틀리거나 갈라지는 나무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온전하게 건조된 나무만이 비로소 장인의 칼날과 마주할 자격을 얻습니다. 장인은 나무의 결을 읽고, 그에 맞춰 섬세하게 재단하고 다듬습니다. 바둑돌이 놓이는 19줄 19칸의 선을 그리는 '정반' 작업 또한 수십 년의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고난이도 과정입니다. 단 한 치의 오차도 용납되지 않는 정교함이 요구되며, 이는 오직 인간의 손과 눈으로만 가능한 영역입니다. 바둑판 하나에 담긴 장인의 시간과 혼은 감히 숫자로 매길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기능'을 넘어 '예술'을 건설하는 철학
'작품건설'이 지향하는 바는 단순히 바둑을 둘 수 있는 판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바둑판 자체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것입니다. 이는 기능성을 뛰어넘어 미적 가치와 철학적 의미까지 담아내는 작업입니다. 잘 만들어진 바둑판은 단순히 판이 아니라, 바둑을 두는 이에게 깊은 영감과 만족감을 선사하며, 오랜 세월을 함께하며 그 자체로 스토리를 지닌 유물이 됩니다.
이러한 철학은 현대 사회의 무분별한 소비주의에 대한 하나의 질문을 던집니다. 빠르게 만들어지고 빠르게 버려지는 세상 속에서,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든 하나의 물건이 가지는 가치는 무엇일까요? '작품건설'의 바둑판은 물건을 대하는 태도를 넘어,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인내하고, 집중하며, 완벽을 추구하는 장인정신이야말로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소중한 정신적 유산인 것입니다.
현장의 목소리: "나무가 곧 스승입니다"
서울의 한 공방에서 만난 한 바둑판 장인은 땀이 송골송골 맺힌 얼굴로 조심스럽게 나무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제가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 얼마나 기다렸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주죠. 저에게 나무는 곧 스승이자 동반자입니다. 그들의 생명력을 존중하지 않으면 결코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의 일에 대한 깊은 애정과 고뇌가 배어 있었습니다.
문화예술 전문가들은 "시진핑 주석 바둑판 사건은 우리 사회에 잊혀가던 장인정신과 전통문화의 가치를 되새기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합니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도 전통 공예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왔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바둑판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고,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따뜻한 순간이었습니다.
국빈 바둑판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시진핑 주석의 국빈 바둑판은 단순한 외교적 선물을 넘어, 오늘날 우리에게 변치 않는 장인정신의 가치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빠르고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해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내려는 이들의 끈질긴 노력은 큰 울림을 줍니다. 이는 비단 공예 분야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가 아닐까 합니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도 이러한 '작품건설'의 정신을 가진 숨은 장인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작은 일에도 혼을 불어넣고, 완벽을 위해 인내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그들의 땀방울이 모여 우리 사회를 더욱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들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 바둑판 이야기가 우리가 다시 한번 느리지만 깊이 있는 삶의 가치를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소중한 것을 지키고 만들어 나가는 따뜻한 마음이 우리 모두의 삶 속에 스며들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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