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HO에 '일본해 단독' 표기 전달…동해 '부록' 논란

국제 회의실 테이블에 펼쳐진 동아시아 해역에 빛이 비추는 오래된 세계 지도

지도를 펼칠 때마다, 우리 가슴 한편이 아릿하게 저려오는 이름, 동해(East Sea). 전 세계 수많은 지도에 홀로 새겨진 '일본해(Japan Sea)'라는 글자를 마주할 때마다, 우리는 마치 잊힌 역사의 한 조각을 들여다보는 듯한 복잡한 심경을 느끼곤 합니다.

얼마 전, 이 오랜 숙원과도 같은 동해 병기(併記)를 둘러싼 논의에 또다시 먹구름이 드리웠습니다. 국제수로기구(IHO)의 해양 명칭 디지털 표준화 과정에서 미국이 '일본해 단독 표기'를 지지하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리 사회는 큰 실망과 함께 다시금 동해의 이름을 찾아야 하는 숙명적 과제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한국과 일본 사이 바다 부분이 미묘하게 표현된 현대 지도 클로즈업
한국과 일본 사이 바다 부분이 미묘하게 표현된 현대 지도 클로즈업

이름 찾기의 여정: 왜 동해 표기는 우리에게 그토록 중요한가

바다는 단순한 지리적 공간이 아닙니다. 그 이름 속에는 수천 년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살아온 사람들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동해'라는 이름 역시 우리 민족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삼국사기, 고려사 등 고문헌에 면면히 이어져 온 '동해'라는 명칭은 우리 역사의 시작부터 함께한 친숙하고 당연한 이름입니다.

그러나 20세기 초,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일본해'라는 이름이 국제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한국이 주권을 상실하고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비극적인 역사와 맞물려 있습니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 당당히 서며 '동해'라는 이름을 되찾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단순히 지명 하나를 바꾸는 것을 넘어,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새로운 표준화 논의, 그리고 미국의 선택

해양 경계선 도면과 지구본이 놓인 깨끗한 공식 문서 작업대
해양 경계선 도면과 지구본이 놓인 깨끗한 공식 문서 작업대

IHO의 디지털 표준화 논의와 동해 병기 노력의 그림자

국제수로기구(IHO)는 전 세계 해양 명칭과 해도를 표준화하는 국제기구입니다. 1929년 발간된 해양과 바다의 경계(S-23)는 현재까지도 전 세계 해양 명칭 표기의 주요 기준이 되어왔습니다. 이 S-23에는 '일본해'라는 이름만 단독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우리 정부와 시민사회는 IHO에 지속적으로 동해 병기를 요청해왔고, 2020년에는 S-23을 폐지하고 디지털 시대에 맞는 S-130이라는 새로운 표준을 도입하자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었습니다.

S-130은 특정 해양의 이름을 고정하지 않고 숫자로 된 식별 기호(identifier)를 부여하는 방식이어서, 동해 병기를 위한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논의는 결국 뚜렷한 결론 없이 장기화되었고, 기존 S-23을 유지하되 S-130은 보조적 역할에 머무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말았습니다.

미국의 '일본해 단독 표기' 지지, 그 의미는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IHO에 '일본해' 단독 표기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은 우리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외교부 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은 2024년 5월 27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IHO 총회 전, 회원국들에 서한을 보내 '일본해 단독 표기'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미국은 오랜 기간 자국 지도 제작에서 '일본해'를 단독 표기해왔지만, 공식적인 국제기구 논의에서 특정 국가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은 외교적 파장을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한국과 미국, 일본 간의 동맹 관계 속에서 한국의 입지를 다소 어렵게 만드는 결정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특히 북한의 위협에 맞서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동해 표기 문제는 단순히 지리적 명칭을 넘어선 역사 인식과 국제 관계의 복잡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시선과 우리의 대응

이번 미국의 결정은 다른 IHO 회원국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강대국의 입장이 특정 표기를 지지하는 경우, 다른 국가들이 이를 따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국제사회의 이해와 공감을 얻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합니다. 동해 병기 문제는 단순한 영토 분쟁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인정받아야 할 역사적 정당성의 문제입니다.

우리 외교부는 "미국의 결정에 유감을 표하며, 한국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국내외 민간단체와 학계 역시 다양한 채널을 통해 동해의 역사적 근거를 알리고 국제적인 지지를 호소하는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습니다.

현장의 목소리: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동해 병기 운동을 수십 년간 이끌어온 한 민간 단체 관계자는 깊은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번 IHO 총회와 미국의 결정은 아쉽지만, 저희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전 세계 수많은 한국 교포와 그 자녀들이 여전히 '일본해'라고 표기된 지도를 보며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보여주고, 민족의 정체성을 심어주는 일은 우리 세대의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제법 전문가는 "IHO의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있지만, 모든 지도 제작사가 반드시 따르는 것은 아닙니다. 유엔은 분쟁 해역에 대해 병기를 권고하고 있기에, IHO의 결정과 무관하게 우리는 국제사회를 상대로 동해 병기의 정당성을 꾸준히 설득해야 합니다"라고 조언합니다. 이 문제는 단순히 기술적인 표기 방식을 넘어선, 역사와 외교, 그리고 국민 정서가 얽힌 복합적인 과제임을 알 수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희망: 동해는 반드시 제 이름을 찾을 것입니다

이번 IHO 논의와 미국의 입장은 우리에게 분명 아쉬운 소식이지만, 좌절할 때가 아닙니다. S-130 디지털 표준은 여전히 발전 중이며, 디지털 환경에서는 다양한 명칭을 병기하거나 식별 기호를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남아 있습니다. 또한, IHO의 권고가 모든 지도 제작사나 국가의 정책을 절대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 세계 구글 지도와 같은 주요 온라인 지도 서비스에서는 이미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거나, 사용자 위치에 따라 다른 명칭을 보여주는 등 유연한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합니다. 국내외의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을 통해 '동해'의 역사적 정당성과 보편성을 알리고, 국제사회와의 끈끈한 연대를 이어나가는 것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심과 목소리가 모여 작은 변화를 만들고, 그 변화가 다시 큰 파도로 이어져 결국 국제사회에 '동해'라는 이름의 진정한 가치를 일깨울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서는, 어떤 지도를 펼치더라도 동해가 마땅히 가져야 할 이름을 만나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 희망을 향한 우리의 노력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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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 2025-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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